키노트(Key Note)/Freewill Off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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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1

키노트(Key Note) 「피아노와 함께하는 매주 수요 묵상」

"Freewill Offering"

멈추어진 시간의 고요는 나를 기다림이라는 명제에 다다르게 한다.

기다림은 모호함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거부와 거절의 의미 인지 아니면 단지 지연되어 늦춰지는 것인지 분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멈추어진 것만 같은 시간은 나를 가두는 보이지 않는 창살과도 같다.

사실 나를 옭아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다. 오히려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진정 내가 받아들여야할 무언가를 놓치게 하는 타인과의 대화, 그리고 손에 잡히는 일들이 그러하다. 혼재되어진 하루하루가 연결되며 분별없이 쏟아졌던 일들을 뒤로 하고 앉은 내가 마주한 것은 기다림이라는 시간이다.

멈춰서고 보니 저 멀리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내가 허둥대며 현재의 시간으로 걸어온다. 알아채지 못한 사이 낙오자가 되어있던 나를 기다림이라는 시간의 철창이 비로소 얼굴을 맞대게 해주었다. 혼자인 것만 같았던 시간에 나와 마주 앉은 나는 다독이지 못했던 마음을 다독이며 그간의 일들을 추스른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형성된 관계의 무게는 시간의 굴레 안에 점점 더 무거워진다.

무게도 무게이지만 그 규모는 절대적인 가치를 무너뜨리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 내 숨이 가빠오고 느려진 걸음은 현재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자연스레 드러내고 있다. 내가 손댈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돼는 모든 일들이 경주하듯 나를 다그칠 때 나는 스스로를 놓치고 만다. 이를 알기라도 하듯 시간은 멈추어 섰고 나를 추스르게 한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결국 하늘 아버지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허둥대던 내가 세상의 시간에 쫓겨 미쳐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하고 나는 물론이거니와 내 아버지를 잊어가고 있었던 것뿐이다. 이해 없이 강제된 모든 행위의 폭력은 혼자라는 고요의 시간 안에 그 민낯을 드러내게 되었다. 굳이 나서려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자원하는 마음이 동할 때 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멈추어진 시간이 주님의 섭리 안에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내 마음의 주인 되신 아버지께서 일하실 때까지 기다려본다.

::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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