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1
Piah [A man on the Mars]
A man on the Mars 는 코로나 기간동안 만들어진 앨범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두려움으로 변해 숨쉬기 조차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곧 바닥이 날 약간의 산소, 컴컴한 우주의 한가운데 떠있는 내가 보였다.
절망 가운데서 화성을 바라보니 내가 더 작아졌고 두려움은 상상할 수 없게 커져갔다.
무한한 우주에서 점점 작아져 결국은 한 점으로 사라져 버리는 장면이 머리속에서 연속으로 반복되었다.
나는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그런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주 작은 새싹이 보였다.
음악에 대한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랑이었다.
결국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끌어 올려낸 것은 음악이었다.
하지만 앨범을 만들면서 끝없는 감정의 기복과 싸워야했다.
내가 과연 화성까지 갈 수 있을까? 아니 갈 수 없을까?
그 화성은 내 마음안에 있다. 미래의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그곳이 나의 화성이다.
앨범을 다 만들고 앨범 커버 디자인을 위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깨어진 우주인 헬멧안에서 자라는 푸른 식물들이 생각났다.
도착하기도 전에 산소가 부족해 죽을 것만 같았던 그곳, 화성에 식물이 자라기 시작한다.
A man on the Mars 는 내가 우주로 보내는 희망에 관한 신호이다.
<곡소개>
내가 앨범 만들는 과정은 앨범 타이틀을 먼저 정하고 음악장르를 생각한다. 그리고 곡들의 제목부터 정한후 제목과 관련된 이미지와 장면들을 상상하며 음악작업을 한다.
첫번째 곡 (1) A man on the Mars의 소개는 방금 위의 글로 대신한다.
두번째곡 (2) Pixel은 생명체를 이루는 원소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나의 상상에 의한 원소들의 결합과 분리의 과정을 음악과 사운드로 표현했다. 그런데 곡 제목이 원소가 아니고 화소인 이유는 우리는 Pixel (화소)통해 서로를 인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3) Change 변화의 과정은 항상 저항을 수반한다. 그리고 변화는 새로운 존재의 알림으로 시작된다. 이런 생각들이 이곡의 구성과 사운드로 표현되어 있다. (4) Heartbeats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달리기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달리기를 할때 이곡을 들으면 도움이 된다. (5) Galaxy express 999 는 이앨범에서 좀더 애착이 가는 곡중 한곡이다. 어렸을때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며 너무 흥미롭게 보았던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그리고 중학생 시절 크림의 앨범에서 처음 듣고 놀아웠던 드러머 진저베이커의 솔로곡에 대한 나의 헌정의 의미가 이곡에 담겨있다. (6) Hurricane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의 집을 오즈로 날려버린 태풍을 상상하며 쓴곡이다. 영화에서 이 장면이 약간 컬트스럽게 (적절한 단어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독특하게 표현되었다. 그장면과 이곡이 꽤 잘어울린다. (7) Photosynthesis 식물 광합성 과정을 초고도 배율의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상상을 하며 만든 곡이다. 식물의 원소안에서 이루어지는 생명 반응이 큰 자연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아마 이 앨범에서 가장 어려웠던 곡이 아니었나 싶다. (8)번째곡인 Time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일까? 하지만 앨범곡중 역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이다. (9) You are welcome 이 곡은 내 마음안에 있는 놀이동산에서 방문한 당신을 환영한다는 의미의 곡이다. (10) 마지막곡인 Space 의 아이디어는 나니아 이야기의 마지막 전투에서 얻었다. 책에서 치열하고 실감나게 묘사된 공간속의 공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장면들. 예술가중 소설 작가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곡을 처음 만든날 이미 앨범의 마지막곡으로 정했다.
<음악제작과정>
전체 수록곡은 앨범을 만들 결심을 한 첫달에 모두 나왔다. 그리고 계속되는 수정을 통해 완성까지는 2년반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곡에 따라 많게는 150트랙이 넘는 악기들이 편곡에 사용 되었는데 대부분 신디사이저가 사용 되었다. 곡을 쓰는 초반 작업 동안에는 대부분 컴퓨터 소프트웨어 악기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곡이 자리 잡혀가는 과정부터 상당수의 하드웨어 악기들로 녹음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역시 화성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순조로울 수 없는 노릇이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전자악기들의 관한 초기 기억들은 대부분 따뜻하다. 어렸을때 친구집에서 처음접한 카시오 키보드, 친구 교회에서 처음 연주해본 야마하 신디사이저, 수시로 낙원상가로 가서 연주했던 많은 신디사이저들, 모두 나를 꿈꾸게 했던 따뜻한 소리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 앨범을 만들 수 있게 된 출발점들이기도 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You are welcome 을 작업하던 어느날 문득 어렸을때 영등포역 주변에서 들었을것 같은 뽕작 음악의 신디사이저 소리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소리가 이곡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Matrixbrute를 이용해 그 소리를 재현해 성공하고 한참동안 웃었다.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자악기 소리였다. 그외에 Pixel의 메인 신스리드 사운드는 Matrixbrute 의 첫번째 preset 이며 이소리의 영감으로 이곡 전체의 방향을 잡게 되었다. 좋은 악기는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준다.
주로 사용한 악기들은 Arturia Matrixbrute, Moog subsequent37, Korg WaveState, Roland System-8, JD-XA, Jupiter-XM, Tr-8s, IKmultimedia Uno Synth Pro. 소프트웨어는 Logic 과 Ableton Live 소프트웨어 악기들은 Omnisphere, Massive X, Reaktor 6 Monark, Spire, Sylenth1, Arturia collection, Serum 등이다.
이번 앨범 작업은 장거리 마라톤과 같이 오랜 인내와 집중력이 요구되었다. 특히 마지막 반년동안은 계속되는 수정의 수정을 거듭하는 힘든 시기였다. 그때 달리기를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마지막 마스터링 단계에서 런던에 있는 사운드엔지니어 윤시현씨에게 작업 의뢰를 했다. 차분하고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내 작업을 객관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조언을 받아 마지막의 마지막 (^^) 수정을 거듭하며 좋은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내가 영국 유학시절 한집에 함께 살며 시현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인연도 특별하고 소중하다.
앨범전체 작업의 끝이 보이는 단계에서 내가 그동안 등산을 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걸음씩 걷다 보니 어느덧 산중턱에 도착해 한숨 돌린다. A man on the Mars의 과정에 응원과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A man on the Mars
:: Credit
Producer : Piah
Music writing and Arrangement : Piah
Keyboards : Piah
Sequencing Drum & Bass : Piah
Synthesizer Sound Design : Piah
Mixing : Piah @ Super Creative Studio
마스터링 Sean Yun @ HIA Music Studio, London, UK
Cover Art and Design : Piah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