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0

키노트(Key Note)  「피아노와 함께하는 매주 수요 묵상」

"Her Wings"

그녀의 접힌 날개는 푸른빛을 발한다. 그 빛이 반사되어 눈에 들 때 '쨍' 하게 비추는 빛이  소리로 변하여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날개로 감싸 안은 것은 무엇인가? 싸매고 있는, 가리어진 품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온몸을 덮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를 갖은 날개는 거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감싸 안은 그 품에 온기가 들어야 맞는 것인데 커다란 날개는 그 밑에 드리운 그늘 때문인지 찬기가 어린다. 해가 들지 않는 그곳은 그늘이 지고 오히려 싸늘하다. 이 속으로 무언가 자꾸 숨어드는데 이것들이 눅눅함까지 더해 날개 밑은 마치 동굴과 같다. 행여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일까 꼭꼭 숨은 그것들은 자신의 모양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날개로 감싸 안은 몸처럼 그것들 또한 그늘에 숨어 자신을 숨긴다. 그리고 더 깊게, 더 보이지 않게 가라 앉아 숨소리의 울림만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한번 내쉬는 숨이 가져오는 서늘함은 공간과 더해지며 마치 유령과 같은 소리를 낸다. 이들이 파고들수록, 모양 없이 소리만 내뱉을수록 그 안은 알 수 없는 기류로 가득해져 간다.
이렇게 자꾸만 파고드는 깊은 울림은 두려움이다.
가릴 수 없는 내 행적이 민낯을 드러낼 때, 감출 수 없던 나의 본심은 생각을 거듭하며 그늘을 드리운다. 겹겹이 쌓여만 가던 생각이 날개의 모양을 갖추게 되자 그 아래로 두려움이 파고들고 감정이 격동한다. 이 감정이 숨소리의 울림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더욱 깊은 한숨을 불러온다. 두려움과 불안함에 더욱 부여잡고 싸매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보이기 싫고 인정할 수 없는 것들은 가리고 감추어지길 원한다. 숨기고 감추는 것은 온전하지 못한 것들뿐이다. 이 날개가 가진 두려움은 깨질 듯 날카롭게 곤두서 서슬 퍼런 눈으로 나를 지키고 있다. 교만에서 비롯된, 나에게 조차 용납되지 못할 모양새는 세상과 함께 나를 속이다가도 철저한 고립으로 나를 홀로 돌아 세운다.
어미 새의 날개 아래에 사랑은 없다. 그 아래 있어야할 사랑과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절제, 온유 대신 교만이 만들어낸 판단만이 가득하다. 이러한 날개를 열어 그간 못나게 우그러진 깃에 쌓인 먼지를 털고 정돈하여야 할 것이다. 아집으로 가득 차 비약된 모습을 가리기 위해 거대해진 나의 날개는 이제 펼쳐져야 한다. 팔을 열어 내가 도달해야할 하늘을 위해 날갯짓 하여야 한다. 나를 감추기 위해 커진 날개는 이제 높은 곳으로 도약할 발판이 되어야 한다. 나의 연약함으로 인해 희생되어진 모든 시간과 사람, 그리고 내 아버지 앞에 날개는 더 이상 날카로움과 차가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창공을 가르는 날갯짓은 모두의 눈에 아버지의 사랑과 회복하심으로 빛날 것이다. 따스한 온기로 채워진 깃털은 풍성하다. 그 우아한 날갯짓에 시선이 모인다. 그리고 이 세상 단 한분, 그가 나를 본다. 나의 날개를 함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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