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6

키노트(Key Note)  「피아노와 함께하는 매주 수요 묵상」

“Right Hand”

오른손의 움직임은 내 의식을 뛰어넘는다.
미처 내 시선이 쫓기도 전에 민첩하게 움직이는 오른손은 참 많은 일을 해낸다. 왼손보다 먼저 움직여 물건을 잡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먼저 나선다. 궂은일에 앞서는 오른손은 반가운 일에도 먼저 움직인다. 사람을 만나 악수를 하거나 발표를 할 때에도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린다. 연필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오른손의 몫이다.
오른손을 주로 쓰다 보니 어느새 탈이 나는 것도 오른손이고 이를 받쳐주는 어깨 또한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오른손이 탈이 나면 조용히 왼손이 들어 올려 지게 된다. 자신을 높이 들어 올리는 행위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오른손에 비해 왼손은 참 묵묵하다.

왼손은 오른손이 들었던 물건을 대신 들거나 옮기기도 하고, 운전을 할 때에도 오른손이 주로 힘을 주었던 동작들을 맡게 된다. 그러나 오른손이 하던 양치질을 왼손으로 하는 것은 어색함과 불편함을 준다. 오른손을 대신하여 왼손이 연필을 잡고 글을 쓰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단순함을 넘어 숙련됨을 요하는 일에서는 당장 왼손이 오른손을 대신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에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왼손의 움직임은 오른손의 움직임과 거의 비등하다. 악기의 중간 음역부터 낮은 음역을 주로 왼손이 담당하게 된다. 그는 주로 오른손이 말하는 소리에 동의하며 그녀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그런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낼 때가 있는데 그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간 곡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든든히 받쳐주던 역할을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들려줄 때 오른손은 그의 목소리에 순응한다. 진중한 그의 목소리는 마음 가까이에서 울리며 내면으로 향한다. 섣불리 나서기보다 적절한 때를 알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왼손의 연주에 나는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오른손과 왼손이 가진 의미는 귀함과 미천함으로 나뉘기보다 각각이 가진 효용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겠다. 오른손의 소리가 그만한 파급력을 갖게 된 것은 왼손이 낮은 곳에서 오른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왼손의 목소리가 진중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왼손보다 앞서나가 시작을 알리고 발판을 마련한 오른손이 있었기 때문이다.
궃은 일을 도맡아하며 앞서 나가는 오른손과 조금은 더딘 것 같지만 뒤편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고수하는 왼손. 이들의 역할은 누가 더 낫고 못한 것이 없다. 나는 오른손의 역할을 갖은 자인가 아니면 왼손의 역할을 가진 자인가? 오른손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높이신 하나님의 왼손은 어디를 향해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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